눈부시게 발전한 임플란트 기술의 현 주소
글 /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치의학박사 이정택 원장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하면서 치의학도 상당히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다. 특히 임플란트 분야의 발전은 눈부시다. 그 동안 수많은 종류와 재질의 임플란트들이 사용됐으며,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되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임플란트도 있다. 과거의 임플란트에서 현재 사용되는 임플란트로 전환된 획기적인 계기는 '골 유착'의 발견이다.

스웨덴의 브레네막 교수가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게 된 골 유착이라는 현상은 치과계에 가히 혁명 같은 일이었다. 이전의 임플란트는 뼛속이 아닌 골과 잇몸 사이에 위치하여 제한된 고정만을 제공하거나, 뼛속에 쐐기처럼 끼워져 기계적인 고정만을 유지해 장기간 사용하면 헐거워지거나 염증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반면, 골 유착이 이루어지는 임플란트는 골과 충분한 기계적, 화학적인 결합으로 마치 골과 일체가 된 듯해 장기적 사용이 가능했다. 현재 사용되는 골 유착이 이루어지는 임플란트는 1969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임플란트'라 일컫는 것들은 모두 '골 유착 임플란트'로 보면 된다.

초창기 치과의사들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실패없이 안전하게 골 유착을 성공시키느냐는 것이었다. 임플란트의 성공은 곧 골 유착의 성공이라 말할 수 있었다.
임플란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공치아를 제대로 만들어 저작과 심미 등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인데, 임플란트 위에 만들어질 보철물에 대한 고려보다는 어떻게 하면 골유착을 성공적으로 이루느냐가 주된 관심사였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골 유착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추후 인공치아 제작 과정에서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그런 상황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임플란트 시술에 대한 기대치가 치과의사나 환자 모두 현재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임플란트 시술이 점점 늘어나고 임플란트 자체도 발전함에 따라 치과의사나 환자 모두 임플란트 시술로 얻고자 하는 치료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커지게 됐고, 예전에는 임플란트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 경우에도 임플란트를 시술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과거의 기대치와는 현격히 다른 현재 임플란트 분야에서 주된 관심사는 임플란트를 식립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기능적 심미적으로 뛰어난 인공치아를 제작해주느냐는 것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식립된 임플란트에 맞게 보철물을 디자인하고 제작해주었던 예전과 달리, 현재는 임플란트 식립 전부터 최종 보철물까지 연구가 이어지고, 보철물을 최적의 위치에 심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임플란트 시술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보다 훨씬 정확한 위치에 임플란트를 식립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최적의 위치에 임플란트를 심고자 할 때 그 위치에 치조골의 골량이나 골질이 부족하거나, 최적의 인공치아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이가 하나도 없는 완전 무치악환자의 경우는 이런 치아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 보다 세심한 진단이 필요하며 추가적인 임상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최적의 인공치아 위치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그 위치에 임플란트를 정확히 식립하는 과정 또한 치과의사들에게는 만만치않은 도전이다. 그러므로 이른바 '고난이도 임플란트'는 이러한 인공치아를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최적의 위치에 식립하는 상황이나 심미성이 중요한 앞니 한 개 처럼 주변 치아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티 안나게 보철물을 제작하는 등의 세심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임플란트 시술 전, 사전에 진단과 치료계획을 수립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3차원 CT와 환자의 구강 치아 상태를 기록한 모형을 가지고 최적의 인공치아 위치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는 임플란트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실제 환자에게 임플란트 시술을 하기 전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 모의수술을 하는 것과 인공치아를 제작해 보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니터 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가장 최적의 치료계획을 뽑아 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사전에 치료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치료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준다. 특히 3차원 CT는 최적의 인공치아 위치에 식립될 임플란트 주변의 치조골 양상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수술 시 치조골이 부족한 부분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수술계획을 자세히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즉 모의수술을 통해 얻은 결과에 따라 정밀유도장치를 제작할 수 있으며, 이 정밀유도장치는 마우스피스처럼 생겨 실제 수술 시 환자 입안에 장착한 상태로 수술을 시행하여 인공치아를 제작하게 된다.

가장 최적의 위치에 임플란트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식립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최신의 임플란트 기술들은 현재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를 두고 과거부터 오랫동안 진화해 온 임플란트의 결정판이라 할 수도 있지만, 향후 또 어떤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 치아 건강에 이바지 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