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활동

제목
치과의사로 살아가기
카테고리
강연
작성자
에스플란트 치과병원
작성일
2015-08-12 18:41
조회
2457
첨부파일
[齒學新聞] 치과의사로 살아가기

성공만을 위해 의대 준비하는 학생보면 회의감 들어 어려운 이웃들에 관심 갖는 오피니언 리더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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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아들만 둘이 있습니다. 본인 입으로 사춘기라고 떠들고 다니는 중학교 1학년 큰 애와 커서도 형 집에서 얹혀살고 싶다고 노래하는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이 그 녀석들이죠.

작년 초, 이만한 아이들을 가진 학부모들이 그렇듯 저희 부부도 장시간의 고민과 상의 끝에 학원가로 유명하다는 바로 그 동네로 이사를 와서 온 가족이 학원 시간을 맞추느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 동네는 참으로 독특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주민들의 관심 우선순위에 ‘학원’이 자리를 잡고 있지요. 학원들이 일제히 끝나는 저녁 열시가 되면 항상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유명 강사의 스케줄과 스카우트 소식을 접하는 엄마들의 관심은 웬만한 한류스타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열성적입니다.

오늘 이렇게 학원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어떻게 교육시키는 것이 옳은 방법인가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치과대학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열망이라고 말씀드리는 편이 맞겠습니다.

자녀들의 입시를 치렀거나 준비하고 계신 학부모들은 모두 공감하실 텐데요. 요즈음 공부하는 학생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두 명뿐인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기꺼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부모들의 희망 그 정점에 의·치과대학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특목고, 자율고, 자사고 등등 학생들의 복잡한 입시 퍼즐을 맞추기 위해 잠을 설치고 있을 학부모들의 노력과 그 열기를 생각해보면, 나는 어떻게 치과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참 운이 좋았다’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져 옴을 느낍니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선망의 대상이어야 할 지금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면,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옳은 현상인지 회의가 들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경제 위기와 개원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배출되고 있는 신규 의사들이 취업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작금 의료계의 현실입니다.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는 환자들의 모호한 요구들과 의사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리는 몇몇 언론 보도들을 보면, 이제 의사는 더 이상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라는 푸념들도 여기저기에서 들려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참 아이러니하다 또는 국가적 낭비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 가운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그의 저서 ≪역사철학 강의≫를 통해 역사의 주인공은 뛰어난 영웅이나 천재가 아닌 ‘그 시대의 정신’이라고 하였습니다.

때때로 개인들의 욕심과 이기심이 앞서는 현상을 보면 역사가 정말 발전하는 것인지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 역사는 이성의 힘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완성해간다고 헤겔은 말했습니다.

다소 논리의 비약은 있겠지만, 그렇다면 모든 학생들이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의사로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에 가까운 쪽인가요? 아니면 칸트가 말했던 모두가 행복한 평화로운 시민사회의 건설이라는 역사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자그마한 주춧돌 하나를 쌓아가는 쪽일까요?

전문의 제도, 불법 네트워크, 보험제도 개편 등등, 2013년에도 치과계에는 해결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서로 간의 반목과 비판보다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우리 자신뿐 아니라 사회와 소외계층을 위한 우리의 의무와 책임에 대하여 한번쯤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려 하는 동기가 경제적 안정에 있고, 이러한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에 실망하는 모습에 우리를 가두지 말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우리 자신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연말에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김장 봉사와 연탄 배달.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 진료 등에 대한 미담들이 더 이상 눈길을 끄는 기사거리가 되지 않도록, 가득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백상현 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
[출처: 치학신문] http://www.chihak.co.kr/news/5609